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 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 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저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은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수 없다.
(중략)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뺏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귀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 비밀의 숲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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