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숙(丁玉淑·47)씨는 요즘 날마다 아침이 심난하다. 지친 딸아이를 깨워야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시달려야하는 것이다.
불면증 때문에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들곤 하는 최진실(崔眞實·24)에게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괴롭다.
집에는 엄마와 뚜뚜 뿐이다. 역시 영화배우로 활약하는 동생 진영(眞永)이는 지방 촬영 때문에 며칠째 집을 비우고 있다.
요즘은 아침에 거울을 보는 것도 좀 우울하다. 수면 부족의 얼굴을 만나곤 하는 것이다.
속모르는 친구들은 진실이가 변했다고도 하는 모양이다.
변하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함께 고민같은걸 나눌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불면증, 먹으면 토하는 신경성 위장 증세들, 최진실은 벌써 두달째 계속 약을 먹고 있다.
오늘은 오전 10시쯤 거리로 나섰다. MBC와 KBS에 방송 스케줄이 있다.
MBC 『여러분의인기가요』에선 신인 박정수와 「그대품에잠들고싶어요」를 함께 불러야 한다.
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그녀에겐 유일한 연습 시간이 된다.
최진실은 또 초조해진다. 그러나 이젠 초조감조차도 길지 못하다.
스타와 스타의 어머니는 노상 수면부족과 만성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녹화가 있는 날에는 단골 미용실인 명동부터 들려야 한다.
대개는 미용실에서 순서를 기달리는 동안 늦은 아침을 먹게 되는데, 별명이 최수제비인 신데렐라 최진실은 라면도 좋아한다.
팔자는 바꿔도 식성은 바꾸기 어려운 것인가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친근한 얼굴, 최진실은 자신의 매력을 그쯤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그래서 되도록이면 덜 꾸민듯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다.
정옥숙씨는 지난 2년 사이에 쓰는 돈의 단위가 달라졌다. 그것이 신데렐라가 된 딸의 인기 유지비같은 것이긴 해도
어쨌거나 정옥숙씨는 이따금 좀 두려워지곤 한다.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일까? 언제까지나 이렇게 쓰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정옥숙씨는 버릇처럼 다시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어쩌면 그것은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에게 남은 가난의 유산같은 것일지 모른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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