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하셨겠지요. 아니, 그 이전부터 인가요? 의사라는 꿈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부모님의 바람이었는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였는지는 각각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의사라는 직업을 위해 선생님들께서는 적어도 20년 이상을 달려왔겠죠.
보상으로 주어지는 경제적 풍요와 주위의 부러움이 있다고 한들 20년 이상의 노력에 비하면 만족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요. 한 번만 돌아보세요. 그건 보상심리를 넘어선 추악한 행동이랍니다. 거리로 나오기 전, 병원 문 앞에서 아주 잠시만 주위를 둘러보셨다면 어땠을까요?
우리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수많은 인생이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앉아있거나 누워있었을 겁니다. 정말 선생님들만으로 그들을 다 지킬 수 있을까요? 의학이 부족해서가 아닌, 의사가 부족해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정말 대한민국에 없다고 확신하셨나요?
선생님께서 병원을 나오기 전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예약을 하고 대기하고 있었나요?
선생님이 병원을 빠져나오는 순간 존엄한 수많은 생명의 가치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셨나요?
선생님이 지키려는 특정한 집단은 진심으로 우리의 인생을 존중하고 있었나요?
선생님!
제 독자 중 한 분은 말기 암 투병 중이십니다. 제 작품을 읽으시고 포기하셨던 항암 치료를 다시 시작하신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집단행동을 보이신 한 병원에서 항암을 받고 계십니다.
전 생명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지키고 싶습니다. 미천한 글이 한 사람에게 생명의 의지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의지를 선생님께서는 보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지금도 전 선생님이라고 의사 선생님을 칭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생명을 살리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선생님들을 찾아가 1분이라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제 독자를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포기했던 항암을 시작하는 소중한 생명입니다. 다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꼭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이 한 명의 독자로 인해 4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썼습니다. 선생님이 외면한 누군가가 저에게는 또 다른 시작의 기적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세상사람 모두는, 적어도 한 사람에게만큼은 아주 소중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요. 지구별에 사는 모두는 누군가에게 세상 전부를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제가 내일도, 모레도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길 바라고 바라봅니다.
생명을 담보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도 없습니다. 저보다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많은 유명인들이 이 부분만큼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라도 쓰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독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꼭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소재원 드림
#의사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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