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학교를 졸업하고 홀홀단신으로 호주로 유학을 왔다. 당시는 한국인들도 많이 없을때라 낯선 환경 낯선 언어에 유난히도 힘들었고 외로웠다. 하지만 어느덧 그런 삶도 익숙해져가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쯤... 중학교때 친구들이 가끔 생각났다. 오히려 친했던 애들보다는 무진장 얄미웠던 녀석이 생각나는 건 또 뭘까?
내 중학시절 그 녀석은 늘 소지품을 분실하면 하루종일 징징대다가 결국 담임선생님께 얘기를 했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찾을때까지 하루종일 교실바닥과 운동장을 헤매고 다녀야 했었다. 담임의 신념에 따르면 울반에 도둑은 없다였기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다들 눈감게하고 스스로 자수할 기회는 애초에 주어지지도 않았다.
불행하게도 공부를 유난히 잘했던 그녀석은 담임에게는 반평균을 올려주는 고마운 존재였고 덕분에 분실물 수색작업은 월례행사가 되었다. 분실물 유무와 상관없이 그녀석 기분따라 행해졌기 때문이다. 반친구들은 행여나 도둑으로 몰리는 더러운 꼴을 면피하기 위해 그녀석을 멀리했고 우린 그놈을 쓰레기라고 부르게 되었다.
평소와 다를거 없던 어느날 문득 어느 새를 보다가 그 쓰레기녀석이 떠올랐다. 아이비스(ibis)란 새인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호주에선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이다. 재밌게도 여기선 이 새를 빈치킨(bin chicken)이라고 널리 부른다. 번역하자면 쓰레기통 닭정도로 보면 된다.
여기저기서 흔하게 긴부리로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빈치킨이라고 부른다. 더러운데다가 머리부분에 털이 없어서 흉하게 생겼다.
친구야! 잘 지내니? 나야...나... 남들은 네 근처도 안가는데... 가끔 너 말 좃같이 한다고 지랄하던 그 놈... 지금 생각해도 너 말은 참 신박하게 좃같이 했었어... 여튼 이 글보고 있다면 댓글하나 달아다오. 보고 싶다 친구 동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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