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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ChatGPT가 화제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인공 지능이
변호사 시험, 의사 시험 문제를 다 풀었다는
뉴스도 있고요
학생들이 인공 지능으로 글쓰기 숙제를 제출해
일선의 교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뉴스도 들립니다.
국내에서는 이 AI에게
수학능력시험 영어 문제를 풀게 했더니
단 7분만에 풀어버렸다는 무서운
뉴스도 들립니다.
ChatGPT는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모델입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호기심이 들더군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시도,
AI가 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며칠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AI와 시 쓰기 대결을 해 봤습니다.
AI는 시를 어떻게 쓸까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AI가 단 3분만에 쓴 시는 이렇습니다.
단 한 글자도 지우거나 보태지 않았습니다.
2
"겨울의 아침, 서리가 내린 복도에서, 따뜻함이 차가운 첼로의 음악과 함께 햇살이 비치는 창문 앞에서 적절하게 눈물을 흘려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컵에 떡국을 담고, 목줄을 늘어놓은 신발에 자리끼며 TV를 보며, 색연필로 이불을 꾸미고, 과일과 표정으로 영혼을 표현하고 있었다. 다음날은 아침이 선명하게 비추어, 징검다리 검어 목숨을 위협하는 파도와 동굴에 떨어지는 눈물을 떠올리며, 침묵을 깨고 있었다. 선물로는 전기장판과 폭죽, 모자를 받았지만, 가장 가치있는 것은 허기를 깨우는 봄의 낮잠였다."
이렇게 AI는 시를 쓰더군요.
3
제가 한 일은 AI에게
"
징검다리 검다 목숨 동굴 파도 신발 음악 과일 표정 허기 복도 지구 영혼 모자 목줄 폭죽 컵 첼로 시 떡국 색연필 햇살 창문 이불 자리끼 선물 , TV , 전기장판 , 따뜻함 ,봄 시린, 낮잠, 차가움, 한가한 오후, 겨울 눈물, 선명한, 아침, 서리, 침묵
이 단어들을 적절하게 넣어서 시를 한 편 써 줘"
라고 입력한 게 전부입니다.
이 시를 좀 해석해볼까요?
AI가 쓴 시를 사람인 제가 해석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해석해보겠습니다.
4
이 시는, 어떤 겨울과 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따뜻함이 차가운 첼로의 음악과 함께
햇살이 비치는 창문 앞"의 이야기이지요.
따뜻함과 차가운 첼로, 라는 대조가 눈에 띕니다.
"컵에 떡국을 담고,
목줄을 늘어놓은 신발에 자리끼며 TV를 보며,"
이런 문장은 조금 아색하군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색연필로 이불을 꾸미고,
과일과 표정으로 영혼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런 표현들은 정말 좋네요.
어떤 시집을 샀다가 이런 표현을 봤다면
저는 밑줄을 그었을 겁니다.
색연필로 이불을 꾸미는 행위는
어린 아이들의 놀이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꿈속에서 또한 가능한 일입니다.
이어지는 문장,
"과일과 표정으로 영혼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과일", "표정", "영혼" 같은
이질적인 낱말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낯선 표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영혼이란 게
과일로도 표현될 수 있다,
정말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5
"아침이 선명하게 비"춘다, 라는 표현도 좋네요.
"징검다리 검어", "침묵을 깨고 있었다", 이런 표현도
제법 신선한 편입니다.
저는 이 시의 마지막 문장이 제일 좋았습니다.
"가장 가치있는 것은 허기를 깨우는 봄의 낮잠였다."
이 문장은 아마도 어떤 시집에서 봤다면
오래 기억에 남았을 것 같습니다.
허기를 깨우는 봄의 낮잠.
저라면
"배가 고팠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허기를 재우는 봄의 낮잠였다."
이렇게 썼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작업들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AI 기술이 시인과 작가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시인과 작가들의 보조 역할은 해줄 수 있겠구나,
하고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초고를 쓰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AI에게 초고를 쓰게 하고
작가가 고치면 되겠구나, 세심하게 고치고 또 고쳐서
기계가 쓴 티를 걷어내면 되겠구나,
하고요.
그런데 이런 글쓰기는 윤리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어디까지가 고유한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고
어디까지가 기술에 의존한 복제인가,
기술에 의한 복제는 반드시 나쁘다고 해야 하는가,
이런 복잡한 문제를 마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이제 진지하게
시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가령 어떤 시를 AI가 쓰게 해서
상금 1000만 원을 주는 신춘문예에 응모를 해서
당선이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이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일까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된다면
우리가 말하는 '문학'은 여전히
문학일 수 있을까요?
저는 며칠 AI챗봇 실험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6
딩딩처럼
작은 개와 둘이 있는 새벽은 동굴 같아
우리는 나란히 누워 깨어 있다
발이 부족한 이불처럼
우리는 가끔 무안해져서 자는 척
눈을 감기도 한다
그러면 동굴 안으로 파도가 치고
체리며 레몬, 이런 과일들의 표정도 몰려오고
햇빛이 부족한 화분처럼
딩딩은 몸을 웅크린다
아침은 너무 멀고 잠은 더 멀어서
넘치는 통증처럼 뒤척이다가
우리는 서로의 약을 대신 먹는 것 같고
이 방은, 이 동굴은, 지구에
단 하나 남은 병실 같고
우리는 이 새벽에 같은 종(種)이 되어서
내가 웅크리면 너는 앞발로 나를 툭툭 치기도 하고
첼로처럼
낮게, 더 낮게
새벽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서로 섞일 것처럼ㅊ.ㅍㅍ
7
제 3회 한국신문 신춘문예가
한국신문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치뤄졌다.
참가한 모든 사람은 휴대폰을 감독관에게 제출하고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펜과 종이로
작품을 써서 제출했다.
미래의 어느 날, 우리는 이런 뉴스를
접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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