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펠릭스 애브트(Felix Abt). 작가. 자유기고가. 대북경협 상담가.
"선한" 독재와 "악한" 독재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1980년 9월 22일 이란을 침공했을 때, 그는 "선한" 독재자였다. 그의 이웃나라 침공은 미국과 서방 위성국들의 승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보편적으로 지지를 받았다. 세속적인 이라크와 달리 이란은 소위 악한 이슬람 성직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 이란 이슬람 성직자들은 샤 레자 팔라비를 타도하기 위한 대중운동의 선봉에 서는 범죄를 저질렀다. 팔라비는 미국과 영국에 의해 권력을 잡았지만 이란인들의 혐오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정부의 눈에 팔라비는 "선한" 독재자였다.
그의 전임 대통령인 모하메드 모사데흐는 그가 자국의 이익을 옹호하고 석유를 국유화하려 했기 때문에 "매우 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담 후세인의 "선", 즉 이란과의 8년간의 전쟁은 반란군 이란 성직자들의 악행에 대한 마땅한 처벌이었다.
이란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조차도 그 당시 사담이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금지선"을 넘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악한" 독재자 아사드가 이끄는 시리아는, (미국이 선으로 보지 않는) 다른 나라가 화학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미국에 의해 폭격을 당했다.
이란 신정주의자들과 달리 아프간의 탈레반은 20억 달러 이상의 무기, 물류지원, 그리고 1979년과 1989년 사이에 CIA와 연계된 무자헤딘에 대한 훈련 덕분에 오랜 세월 신의 전사였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악의 제국"(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말), 즉 소비에트연방(1991년부터 러시아)을 물리쳤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다당제를 주창하고 전국에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전복시키고 살해했다는 사실은 서방정부와 언론계 인사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결국, 살해당한 대통령은 "악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악의 제국"으로부터의 물질적 지원을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공격 이후 이전의 "선한" 탈레반에 대한 평판은 전세가 역전되었다. 비록 그들은 테러 공격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미국정부에 인도하겠다고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들을 무책임하고 사악하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와 서방측 보좌관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NATO의 "선한" 침공이 비록 국제법을 위반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악으로 인식되고 있는 탈레반 때문에 침공을 선호하면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사주로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그의 지위가 거의 하룻밤 사이에 "악한" 독재자로 변했을 때, 이전까지 "선한" 독재자였던 사담 자신조차도 놀랐다. 아마도 그는 미국이 독점하는 통화(역주: 달러) 이외의 통화로 석유를 팔려는 그의 의도가 완전히 극악무도하다는 사실을 잘 몰랐을 것이다.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 정보기관들은 그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비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은 노골적인 거짓말로 밝혀졌지만, 미국과 그 속국("의지의 연합"이라고도 함)들은 국제법상 불법이긴 하지만 이제는 악한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선하게“ 침공하기 위한 구실로 사용했다.
사진: 어떤 침략이 선하고 어떤 침략이 악한지 잘 모르는가? 걱정하지 마라. 서방 주류 언론은 항상 정치적으로 옳은 답을 줄 것이다.
대리전을 포함한 전쟁은 그 자체로 "악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매우 훌륭하고" 유용할 수 있다. 만약 전쟁이 서방에 의해 주도되거나 지지된다면,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항상 선한 이유를 내세운다면 이것은 보편적으로 진실이다. 예를 들어, 2015년 이후, "선한" 사우디는 이웃 예멘에서 지역 라이벌 이란을 상대로 "선한"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보다 훨씬 덜 민주적이고 훨씬 더 비인간적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칭 민주주의와 인권의 방호벽인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의해 대규모로 무장되었다.
UN에 따르면, 이 전쟁은 금세기 최대의 인도주의적 재앙이다. 이미 수십만 명의 희생자와 3천만 명의 예멘 주민 중 2천만 명이 전쟁으로 황폐화된 이 나라에서 굶주리고 있다고 주장된다. 만약 서방이 인도주의를 그렇게 선호했다면, 이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오래 전에 책상머리에서 끝났을 것이다. '선한' 사우디 정권은 미국의 지지(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내 위정자들에게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지지함으로써)가 없었다면 2주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예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인처럼 '선한' 사람이 되지 못한 불행을 겪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서방이 주도하는 '선한' 전쟁을 겪게 된다. 서방 언론은 대학살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의 연대의 표현은 우크라이나에 비해 희박했으며, 이 "선한" 전쟁의 가해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었다. 러시아의 사악한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이 사건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미국은 베트남처럼 '선하고‘ 노골적인 침략과 전쟁, 동아프리카처럼 '선하고’ 은밀한 전쟁에 대해 아무리 많은 무고한 생명을 잃어도 항상 찬성해 왔다.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전쟁이라고 부르는 이 미국전쟁은 적어도 3백만 명의 베트남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거대하고 다루기 힘든 전쟁산업에 이끌려, 그들은 아마도 그들의 위대한 "가치"로 전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려는 열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선전, 경제전쟁, 전복과 비밀 작전, 그리고 공공연한 무력사용은 미국 기득권층이 전 세계에 "선"을 성취하기 위한 "선한“ 도구이다. 어쨌든, 이러한 노력들은 미국 기업들(무기를 생산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에게 대부분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도 항상 "선한" 독재와 "악한" 독재정권이 존재해왔다. "선한" 사람들은 도움을 받았고, "악한" 사람들은 경쟁을 했다. 살라자르의 포르투갈, 프랑코의 스페인, 그리스의 군사정권은 선량하고 '악의 제국'에 대항하는 방호벽이어서 서구 민주정부의 지지와 동정을 누렸다.
그 다음에는 물론, "끔찍한 푸틴"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현대 러시아처럼, 특히 동유럽에서 "악한" 독재정권이 있었다. 푸틴의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자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진정한 악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따라서 싸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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