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마도 1993년 설날이었던거 같아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1993년 이었어
그때 나는 동생하고 밤차타고 고향인 부산을 가고있었어
어른들은 일때문에 미리 내려가셨고 나와 동생만 남았었어
그때가 나 중학교때였는데 야간에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는게
나름 긴장도 되고 뭔가 모험심도 있는? 그런상태였어 ㅋㅋ
열차는 통일호..무궁화호도 아닌 통일호였어
그 통일호는 비교적 요금저럼한 어쩌면 서민기차였어
요즘 00년 이후의 사람들은 통일호를 직접타보지는 못했을거야..
응답하라 1988에 덕선이가 수학여행 가는장면에 나오는 그 기차가 통일호야
그 통일호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길
괜히 과자~스넥~ 하면서 지나가는 간식차에 비엔나소세지를 사서 먹고
또 지나가면 아몬드초콜렛 하나 사서 먹고 또 지나가면 콜라사먹고
그렇게 나눠서 하나씩 먹는 재미를 즐길때쯤에 열차의 중간쯤? 거기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어 진짜 와...애 목청이 겁나 좋더만 우와아아아아앙!!!꺄와아아아아앙!!!하는데
밤에 자는 사람들이 모두 깨서 쳐다볼정도였으니까
아이 부모는 애를 얼러도 보고 달래도 보고 혹시나 싶어 분유도 입에 대보고 기저귀 상태도 확인하고
애를 안아서 얼르며 둥기둥가 하고 있어도
그럴때 있거든 아기들...어떤걸 해도 안통하며 울때가 있어 답이 없어 걍 울음그칠때까지 기다릴수밖에..
그래도 그 부모는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때 기차는 말야..아기는 바깥으로 나갈수가 없어
그때 기차는 기차와 기차 사이에 사람들이 걍 서서 담배피웠어 좌석에서 자다가도 기차 화장실에서 피우고
차 사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피우고 그랬어
아기를 그곳으로 데려 갈수도 없고 그 부모 미쳐버리는게 눈에 보일거 같더라고
솔직히 나도 슬슬 짜증나려했지..생각해봐 그때 유투브가 있어 아님 뭐 마이마이 카세트플레이어가 흔하길해..
돈없음 마이마이 그런거 못샀거든...걍 책이나 보고 가야하는데 나는 15살 잼민이지...짜증나려고 하는데
그때 우리 한국 특유의 정서를 봤어
구석구석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일어서서는 그 아이에게 전부 다가오셔서 한마디씩 하시는거야
"아이고 야야...아가 와일노...우짜면 좋겠노.."(저 아이고 야야~~는 부산아주머니들 할머니들의 단골멘트임 ㅋㅋ)
"우데 아픈기가...배앓이 아이가? 새댁! 배를 함 살살 문대바라!"
"아이고 아가~ 요래 울면 망태기 할배가 자바가뿐다! 니 우째 살라꼬 이래 우노!!"
이 아주머니들이 전부 일어서서 그러는게 서로 합심해서 그 작은 아기를 달래보자도 있었지만
새댁을 향한 위로임과 동시에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쉴드였다
어떤 아주머니 남편은 "아이고 아가 사람 잡겠다!!" 라고 슬슬 짜증낼라치면 그 아주머니는
"아이고 지랄! 니 코고는 소리보다 만배낫다! 사람 자블끼면 니가 100명은 잡았을끼라!!"
이러면서 타박을 주기도 했어
어떤 아주머니는 " 아가 이래 말을 안들을때가 있는기라 아이고 이랄때 답이 읎는기라!!"
이러면서 새댁을 위로함과 동시에 편안한 밤기차를 위해 아기달래기를 병행하는데
갑자기 저쪽 구석쪽에서? 어느 진짜 한 80은 넘어보이시는 할머니가 후들후들 일어서시며 우는 아기를 물끄럼 보시더라고
한참을 가만 보시던 할머니는 후들후들 하시던 그 외모와는 다르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시더라고?
근데 그거암? 부산할매들 특징중에 진짜 그런 할매들이 있어
모든게 다 인자해 말투도 인자하고 단어도 인자한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혀 인자하지 않는 톤으로 말씀하시는
할머니들이 있거든...
그 할머니가 그랬어 카랑카랑하고 크게 찢어지는 목소리로
"아를 !!!! 백기라!!!"
모두들 ???? 하면서 할머니를 보는데 할머니는 또 큰목소리로
"아를!!빽끼라꼬!!! 아가 더버가 저런다!!!"
이 한마디를 하시고는 자리에 다시 앉아버리시더라고?
새댁은 아기의 파카를 벗기고 속싸개를 살짝 열자 거짓말처럼 애가 울음을 그치고 잠잘라고 하품을 쩍쩍 하는거야..
그 할머니는 짬밥으로 따지만 투스타쯤 되는 육아마스터신거지..
지금도 기차 여행을 간혹 하게 되면 저 장면이 가장 많이 생각나
특유의 정이 있으며 시끌벅적하고 또 사람사는거 같았어
지금은...저렇게 모든 사람들이 합심해서 아기를 어떻게 해보려는 그런건 기대할수없겠지만
오래전 저런것들이 그리운건 어쩔수없는 나도 아저씨인가봐 ㅋㅋ
비둘기<통일호<무궁화호<새마을호
비둘기,통일호는 에어컨없고 객실에 창문이 있었음.. 기차 객실에서 흡연가능
무궁화,새마을은 객실 창문 개방안되고.. 흡엽은 열차사이 화장실앞에서 가능
서울살다가 부산으로 이사간적이 있었는데... 명절때 무궁화호(그당시에는 우등이라 부렀음) 열차표를 못구해서 통일호 타고 간적이 있었음
처음으로 타본 통일호는 창문도 있어서 좋았던 기억남 ㅎ
통일호는 에어컨 있던걸로 기억하네요...
(나무위키 보니 초기형은 없었고 후기형에 생겼다고 하네요)
그때 무궁화를 제일 많이타고... 그다음 통일호 탔었고...
비둘기호는 한두세번 탔었나... 그래서 에어컨 여부는 기억 안나고...
간이역마다 다 정차하고 뒤에서 오는 다른 열차들(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먼저 보내주던게 기억나네요...(장항선이라...)
정차하고 있으면 학생들(중, 고등학생들)은 내려서 철로에 돌 던지고...(불꽃 튀기고 그랬던걸로 기억하네요...)
또 어떤 애들은 후행열차 지나가는 선로에 동전 냅둬서 납작하게 만들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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