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알래스카에서 봤던 멋진 오로라.)
ㅎㅎㅎ 보배드림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들 잘 계신지요?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최근 알래스카에서 본토로 돌아와 이런저런 공부 하느라 바빠서 한동안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했네요.
여러가지 일로 세상이 참 소란스럽군요! 기뻐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슬퍼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나이도 경험도 적어서 때에 적절한 말을 지혜롭게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해 참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분명 말슴 드릴 수 있는 것은 - 한국은 참 좋은 나라에요! 저는 한국 사람들을 믿어요. 어렸을때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영어강사 하러 돌아 왔었을때 낮설고 힘든 부분도 참 많았지만 정말 의미있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보배드림으로 소통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여기 계신 모두를 저는 다 좋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분들의 나라임을 분명 보았습니다.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들 힘 내시고 꿈을 잃어버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번 글에는 제가 참 좋아했던 자동차 하나를 소개 해 드릴까 해요. ㅎㅎ
보배드림은 기본적으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많은 분들이 조금이나마 재밌게 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쨘! 링컨 타운카 라는 차입니다.
제가 위스콘신 주에서 비행교관으로 잠시 일했었을때 동네 할아버지로부터 거금 $2500 (한 300만원 될까요? ㅎ) 들여서 구입한 차입니다. 그때 제가 가졌던 재산의 절반이 넘는 돈이어서 정말 조마조마 하면서 샀었는데... 정말 문제없이 제 소중한 발이 되어주었네요 :)
미국 중부지방은 대평원 지대라서 GPS 키면 "8백마일 (1200km) 직진하세요!" 라는 음성을 들을때도 있지요. ㅎㅎㅎ
어쨌더나 그런 더럽게 쭉~쭉~ 뻗은 길을 크루즈 맞춰좋고 편하게 달리기 위한 궁극의 차가 바로 링컨 타운카 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정말 잘 관리하시며 타시던 애마 였는데 제가 소유하게 되었어요!
제가 한국에 있었을때 다이너스티 탔었는데 저는 그런 종류의 차를 좋아하는것 같아요
5.6미터가 넘는 풀프레임의 긴 차입니다. 휠베이스도 마찬가지로 길어서 차 승차감이 정~말 좋았어요 ^_^
샀었을때 27만 마일 (44만 km) 주행거리가 있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관리가 정말 잘 되있는 차라 크게 신경 쓰지지 않더군요.
링컨 타운카는 포드의 4.6l V8 엔진이 있는데요 배기량은 큰데 220마력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크가 참 괜찮아서 주행 할때 1800rpm 을 넘길 일이 거의 없었어요. 무리없이 잘 나갔던것 같습니다.
이 엔진은 오래전 뉴욕의 노란색 택시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엔진이었는데 100만마일 (160만 km) 도 간 기록이 많답니다.
눈이 왔던 위스콘신의 시골 공항 -
밤에 불 켰을대 뒷태가 참 마음에 들었던 차입니다. 이런저런 화려함 없이 그냥 단정한 느낌이에요. 참 보수적인 디자인 입니다.
그런데 후륜구동이라;; 눈길에서 운전하면 짜릿한 순간이 참 많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윈터타이어? 겨울용 타이어가 있지요? 스파이크가 박힌 타이어도 아니였는데 윈터타이어로 바꿔주니까 정말 확! 느껴지게 달라지더군요. 눈길도 곧장 잘 다니던데 왜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타이어에 파인 홈 디자인의 차이가 많이 나는걸까요?
주차되어 있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한컷 찍었을 때 입니다.
전 차주셨던 할아버지는 항상 차고에 들여 놓았던 차였는데... 저에게 팔려온 후부터는 차고도 없이 야외에서 고생이군요 ㅜ_ㅠ
위스콘신 에서 일을 하던 도중 알래스카가 가고 싶어 졌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비행을 꼭 경험 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문제점이 여러가지가 있었지요.
파일럿으로서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던 일도 겨우 구했던 때라....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하고 모험을 선택 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도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친구들과 동기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모두 열심히 말리더군요! 지금이 어느 땐데 가지고 있는 직장에 감사하면서 있으라고...
모두 맞는 말이었습니다만- 어느새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차에 꾸역꾸역 정리 하고 있더군요.
해 보고 싶었습니다.
훗날 사람은 자신이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을 더 후회하게 된다고 했어요!
후회할 인생을 살 수는 없었습니다 ㅎㅎ
저의 그 모든것을 타운카에 싣고 떠났답니다! 확정된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약속된 직장이 있는 것도, 직장을 구할 수 있을거란 보장도, 살곳이 마련된 것도, 아는 사람도... 그 어떤것도 몰랐습니다.
있었던 것은 꿈 하나! 알래스카에서 - 그 아름다운 오지에서 비행기를 조종 해 보고 싶다는 꿈 이었어요!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안 되는 거도 아니었지만 모험을 떠나는것 같아 정말정말 즐거웠습니다.
내가 내린 결정에 내가 가는 길! 그 책임도 나 혼자 지는거니 큰 부담은 없었어요.
멍때리며 직진~!
제가 살던 곳에서 알래스카 까지는 한 6000km 였습니다. 그리고 참 미련하게도 한 겨울에 알래스카 가겠다고 떠났었군요 ㅎㅎ;;
정말 무식/용감 반반의 여행이었던것 같아요.
미국 본토에서 알래스카로 가는 길은 캐나다를 통과해서 록키산맥을 넘어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통과하는 길 단 하나입니다!
한 겨울에 얼어붙은 록키산맥을 후륜구동 차로 넘어간다니;; 중간중간에 만났던 대형트럭 운전사들이 저보고 제정신이냐고 많이 놀리기도 했답니다 ㅎㅎ 예상했던 대로 얼음길에 같혀 허우적 대기도 하고 눈구덩이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던 때도 있었어요. 다행이 지나가던 트럭들이 달려있던 이상한 도르래? 같이 생긴 거를 제 차에 걸고 금방 구해 주시더군요. 참 감사했습니다;;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던 록키산맥 어딘가의 산장!? 이었습니다. 기름이 거의 떨어져 가서 정말 조마조마 했었을 때인데;; 다행이도 기름을 넣을 수 있었어요. 기계식 미터기가 찰칵찰칵 하면서 돌아가는 엄~~청 구식 주유기 여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4륜 구동 트럭과 SUV 밖에 보이지 않는 동네에서;; ㅎㅎ 뭔가 있어서는 안될 법한 차가 들어왔군요.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와 주어서 정말 대견했었어요! 윈터타이어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숙소가 나무향이 폴폴~ 나는 통나무집 이었는데 참 인상깊었습니다 :)
근데 밤에 외풍이 조금 있더군요. 그래도 벽난로 때면서 따뜻하게 잘 잤답니다 ㅎㅎ
정말 미국인 기준으로도 거대한 저녁식사 였습니다. 제 얼굴만한 버터 빵조각에 미칠듯한 양의 고기 파스타 였어요 ㅎㅎ
먹고 식곤증이 마구 몰려 오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음날 아침 새벽부터 함박눈이 마구마구 왔습니다. 정말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데 도저히 떠날 염두가 나지 않아서 조금 기다리다가 제설차 뒤를 바짝 쫓아갔지요!
구불구불 산맥을 넘어 가는 길 -
운전 하면서 이리저리 슬슬 미끄러질때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조금 지나다 보니 적응이 되었어요 !
후륜구동 차는 눈길에서 대부분 차 뒤쪽에서부터 좌/우로 슬슬 미끄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차 엉덩이가 왼쪽으로 미끄러지면 핸들을 왼쪽으로 적당히 돌려줘야 자세가 다시 잡히더군요;; 살면서 이런 운전은 처음 해 봤습니다 ㅎㅎ
휴게실? 같은거는 없는 동네라 가다가 그냥 군데군데 서서 화장실을 가야 합니다;;
영하 30도... 추워서 바들바들 떨면서 바지를 내리는데 지나가던 스라소니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더군요. ㅋㅋ 정말 신기하게 그녀석도 발을 올리고 슥 일을 보고는 저를 흘겨보다가 촘촘히 떠났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아침에는 눈보라 치다가 갑자기 확~ 개더니 하늘이 아름다워 졌습니다.
TV 에서만 보던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운전하고 있으니 정말 즐거웠어요. 살면서 다시 이런 모험을 떠날 기회가 있을까요?
쨘!! 드디어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알래스카에 도착 했었을 때입니다.
정말 긴 여행이어서 그 성취감에 많이 기뻤던것 같아요.
알래스카 국경수비대원들이 눈 동그랗게 뜨며 고생 했다면서 코코아 줬을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앵커리지 알래스카 도착!
도착 하자마자 제일 싼 모텔방 하나 잡고 직장을 구하기 시작 했습니다.
앵커리지에 있는 모든 크고작은 항공사/에어택시/에어택배 등등 모두에게 전화 돌렸지만 도저히 가닥이 잡하지 않았지요.
혹시나 해서 직접 뚜벅이로 방문 해서 문 두드려 보기도 했어요.
앵커리지 시내 한복판을 활보하는 무스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일 할 자리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 알래스카 파일럿 그룹에 가입해서 글도 올리고, 여러 파일럿 포럼에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모두들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많이 도와주려고 하셨어요. 어떻게 아셨는지 이미 은퇴한 부시 파일럿 들이 저에게 전화도 걸어서 격려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불러 내서 밥도 사 주시고...
"뭐? 아무것도 없이 이 겨울에 알래스카로 차 타고 왔다구? 이 친구 이거 안되겠구만 - 내가 전화좀 돌려볼게"
"지금 어려울거야 - 1950년대에 나도 자네처럼 베낭 하나 매고 알래스카로 왔지. 그립구먼~ 고생하네. 내일 아침 밥은 내가 사 줌세"
"배짱 좋은데? 봄 쯤에는 파일럿 자리 날 법도 한데... 그때까지 내 낚시배 타 볼 생각은 없나? 바로 자리 줄게" (이분 고마웠음 ㅠㅜ)
등등... 나이들고 배나온 백인 아저씨들이 정말 앞장서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들의 친구까지 모두 여기저기 연락 해 주시고 사방팔방으로 알아봐 주셨지요. 하지만 좀처럼 파일럿 일 할 곳이 없었어요.
정말 베링해협 킹크랩 잡으러 배 타야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을때 거짓말처럼 그때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앵커리지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떨어진 곳인 알래스카에서도 오지인 곳의 산장 오너였는데 자기가 사는 마을에 파일럿이 하나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워낙 오지라 진짜로 와서 살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저에게 물어보셔서 ㅎㅎ 저는 정말 흔쾌히 간다고 말씀 드렸지요. 진짜 그때 너무 기뻤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바라고 노력했던 거라 너무 좋아서 눈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었어요!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안타깝께도 저와 오랜 시간 충성스럽게 함께 해 주었던 타운카는 정리 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가지고 왔던 짐은 창고를 하나 빌려서 보관 해 두고 저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었던 녀석은 사겠다고 부리나케 달려온 동네 흑형에게 팔아 넘겼지요;;
그 형;; 뭔가 풀린 눈 이었는데 지금쯤 차 안에서 거하게 약을 하고 계실지도 ㅋㅋㅋ
(알래스카는 음주/ 마약 문제가 심한 동네랍니다)
자동차라는 것이 참 - 그냥 물건일 뿐이지만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지요?
긴 거리를 별 문제 없이 달려와줘서 참 고마웠고
제 인생의 전환점을 저와 함께 해 주었던 정말 소중한 차였습니다.
새로운 도전, 미지의 대한 설레임, 걱정, 희망, 꿈.... 그 모든 것을 차에 싣고 떠났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냥 사물이 아니라 그 시간, 그 때, 그 순간들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인걸요.
팔려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 서글펐습니다.
미래가 앞에 있기에 떠나야 했지만, 함께했던 과거가 있기에 자꾸 되돌아 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 뒤로... 지난번 글들에서 자세히 소개 시켜 드렸다 시피-
저는 알래스카에서 정말 멋진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도전해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한국에 계신 보배드림 여러분!
이제 봄이에요!
겨울동안 웅크렸던 생명들이 다시 아름답게 피어날 시간입니다.
너무 크게 염려하시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좋게좋게, 긍적적으로 세상을 대하다 보면 인내하지 못할 것이 없는것 같아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가 알래스카에서 비행 했던 순간들을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올려 드리면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는 제가 요즘 생활하고 있는 34년된 캠핑카를 소개 해 드리지요 :)
하와이에서 궁금함에 한 삼일 탔었는데.
완전 요트 타는 기분
그게 프레임 차였군요. 이면도로 패인곳 많은데 큰 요철 지나더라도 그냥 떠가는 느낌이 인상적이던.
대단하십니다.
안전비행 하십시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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