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강아지를 위해 목숨을 내건 진돗개 근도, 마무리편
근도 덕에 목숨을 건진 강아지는 깽깽 거리며 내게로 달려
오고 있었다.
근도가 강아지를 물고있던 개를 공격하자 두마리 개가 근도
뒤로 돌아가 뒷다리를 물려고 했다. 근도가 강아지가 풀린걸
확인하고 뒤를 공격하는 개를 방어하려고 입을 대면 앞에
두마리가 다시 근도 정면을 공격했다.
천만 다행인건 사냥개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정면에서 근도를
덥치지 않은 것 이었다. 그저 멧돼지 사냥하듯 앞에서 두마리가
공격하고 방어하려고 하면 뒤에서 두마리가 뒷다리쪽을 무는
방식이었다. 즉 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수 있는
공격 방식 이었다.
나머지 한마리가 내게로 도망쳐 오는 강아지를 쫒고 있었다.
게다가 비명을 지르며 뒤를 보느라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강아지는 속도도 내지 못하는 상황. 더구나 성견의 속도와
이제 겨우 100일된 강아지의 속도가 같을 가 만무했다.
깽깽 거리는 강아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며
"안돼!!"
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데 따라잡은 강아지를 사냥개가
물려는 순간 누런 번개가 하늘에서 내려 꽂히듯 떨어졌다.
치호였다.
치호의 눈에서 불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듯 보였다.
저렇게 화가난 치호의 모습은 처음 보는듯 싶었다.
분명 견사에 갇혀 있었고 견사는 높이가 1.8m. 일반적으로
진돗개가 넘을수 없는 높이지만 산사태가 나거나 지진, 홍수
등의 사태에선 진돗개가 탈출할수 있지 않을까 해서 높이를
맞춘 견사 였지만 견사를 뛰어 넘어 나오는 일은 정말
드물었다. 그런데 치호가 견사를 뒤어 넘어 나온 것이다.
달려온 강아지를 안아 올려 살피니 목덜미에 구멍이 나있고
피가 흐르고 있는데 혈관을 다친건 아닌듯 했다.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안고 달래며 치호를 보았다.
아무리 멧돼지 사냥개라 해도 분노한 치호는 무서웠다.
나와 관리인이 달려가기도 전에 치호는 자신보다 덩치가
1.5배나 되는 사냥개를 뱀이 감듯 감아 돌면서 울대를 물고
털어 버렸는데 우드득 소리와 함께 개가 축 늘어졌다.
다시 치호가 나머지 4마리를 향해 달려가는 때,
4마리 사냥개에 둘러싸여 다구리를 당하던 근도는 주저앉아
슬슬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 이번엔 하얀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도사 였다...
도사는 유난히 강아지를 좋아해 강아지들이 놀때 주로 풀려
있었는데 그날은 산책용 로라에 묶어 놓았다. 발정온 암컷이
있어 암컷 견사앞에 누워있길 좋아하는데 그럼 다른
수컷들이 시끄러운 탓.
천도농장의 모든 아이 목줄과 목걸이는 철물점에서 파는
가장 싼 중국산 사슬 이었다.
난 일부러 이런 사슬 목걸이와 목줄을 사용 했는데 그건
토순이 때문 이었다. 목줄이 나무에 감겨 멧돼지에게 죽은
토순이 사건 이후 성견이 마음먹고 당기면 툭 하고 끊어지는
중국산 사슬줄을 사용해 왔다.
이 줄과 목걸이는 아이들이 어디에 걸리든 마음 먹고
한번만 달기면 어졌다.
도사는 이줄을 끊고 달려 나간것 이었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산책용 로라줄에 연결된 것이라 탄력이 좋아 사실상 끊어
내기가 정말 힘든데...그래서 치호보다 시간이 더 걸린듯 했다.
천도농장에서 유일하게 치호에게 꼬리를 내리지 않던 아이인
도사는 풍산개였고 나도 차마 치호랑 서열을 정하게 할수가
없었던 아이였다. 치호가 다치지 않거나 이긴다는 보장이
안보이던 아이.
도사와 치호가 4마리랑 엉켜 붙었다. 관리인이 말리러
가려는걸 내가 막았다.
일반개와 달리 사냥을 해본 개는 사람이 상대할 수 없다.
게다가 개들이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
오히려 사람이 다칠수 있었다.
그리고 싸우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다가가 말리면 우리
아이들만 주눅이 들어 아이들이 다칠수 있었다. 다른개를 더
풀어야 하나 고민 하는데...
중강아지들 40마리를 모아 놓고 무리 생활을 시키는 곳으로
서열이 엄격하고 밥그릇 물그릇을 하나만 놓아 두며
무리행활의 서열을 지켜 보던 일명 '지옥장' 이라 불리는
곳에서 그곳 대장인 백산이가 장을 뛰어 넘어 달려 나왔다.
다른 견사에 있던 도사 동배들중 수컷인 상골이와 상진이
역시 견사를 넘어 뛰어 나왔다. 그리고 근도 아빠인 한호가
달려 나왔다.
난 천도농장 견사가 이렇게 쉽게 넘어 나올수 있는 견사란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못넘는 것이
아니라 안넘는 것 이었단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강아지를 지키기 위해 견사를 뛰어 넘어 달려가는
수컷들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도사 동배들과 치호 등은 60킬로 정도 되는 멧돼지를 단독
사냥하는 아이들. 멧돼지 사냥개가 크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아니었다.
같은 무리의 강아지를 해치려 한 사실에 분노한 아이들은
정말 무서웠다. 일반 서열싸움 같은 서열을 결정 하려는
무리 내의 싸움과는 완전히 달랐다.
또한 천도농장 암컷들이 발정이 오면 몰려오는 동네 개들을
상대하는 것 과도 달랐다.
아이들은 몸을 사리지도 탐색을 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았다
노리는 부위가 다 급소였고 무는 부위는 치명적 이었다.
사냥개 무리의 대장 인듯한 녀석은 치호에게 깔려 털리고
있었는데 물고 터는 부위가 목 뒷덜리가 아닌 목 옆 경동맥
부위였다.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겠다는 치호의 분노가
그대로 보였다. 얼마나 세게 물고 터는지 깔린개의 몸이
걸레 털듯 나풀거렸다.
도사 역시 근도 앞에서 덤비던 개와 싸우고 있었는데 이미
앞다리 하나를 물고 털어 부러진듯 보였다. 풍산개가 정말
열 받으면 볼수 있는 벌겋게 불이 뿜어 나오는 눈빛이 도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었다.
도사는 강아지가 매달리면 먹던 고기도 뱉어 주던 아이였고
주로 강아지들 대부 역활을 도맡던 아이라 그 분노가 더
큰듯 했다.
상골이는 도사보다 덩치가 더 큰 아이로 멧돼지를 가장 잘
잡는 아이였는데 무식하게 맞짱을 떠서 상대방 귓데기를
물고 털고 있었고 상진이가 뒷다리를 물고 함께 털어대고
있었다
나머지 한마린 지옥장 대장인 백산이와 한호에게 깔려 굴러
다니고 있었는데 백산인 어렸지만 치호에 버금가는 싸움꾼
이어서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있었다.
근도는 안심한듯 싸움에 끼지 않고 20마리 강아지 옆에서
맴을 돌고 있었다.
사람이 끼어 들어도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선을 보고
개입하려고 했는데 분노하고 사냥에 익숙한 아이들이 살기를
품자 너무 상황이 빨리 끝나고 있었다.
관리인과 내가 달려가는 5분도 안되는 시간에 도사에게
앞다리가 부러진 개와 치호에게 목을 물린개는 이미 숨이
넘어간 상태였고 상골이와 상진이에게 물린 개는 뒷다리
관절이 꺽였고 백산이와 싸우던 개만 큰 부상 없이 살아
있었다.
순식간에 3마리 개가 죽었다. 겁에 질린 한마리를 목줄을
걸어 견사에 넣고 뒷다리 부러진 녀석은 나무로 고정한 뒤
붕대를 감아 역시 견사에 넣었다.
이제 내심 가장 큰 문제는 도사와 치호가 싸울것 이었다.
싸움이 일어나면 상골이와 상진이가 동배인 도사편을
들것이니 더 걱정이었다.
그런데...우습게도 공동의 적을 상대한 수컷들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서로 몸에 묻은 피를 핥아주며
살갑게 구는 것이 아닌가!
치호에게도 꼬리를 내리지 않던 도사가 경동맥을 물어죽여
피가 많이 묻은 치호를 핥아 주고 있는데 치호가 태연하게
그걸 받아 들이고 있었다. 중강아지 대장인 백산이도 근도에게
다가가 서로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정리하고 다친 강아지를 치료한 뒤 근도를 찾았다.
보긴 괜찮아 보였지만 혹시 다친곳이 있나 살피려는데
근도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있나 한참을 찾다 보니 아까 경동맥이 물려 죽은 개가
흘린 피 구덩이 위에서 시뻘건 개가 신나게 뒹굴고 있는게
아닌가??
가만보니 백구였던 근도 였다.
"야이~~~~비겁한~~똥개 시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 싸한 느낌에 움찔하고 말았다.
온몸에 피를 묻히고 뒹굴던 백구인지 적구인지 구분도
안되는 넘이 내 목소릴 듣는 순간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나를 처다본다.
그리고 마치 10년만에 애인만난 파병군인 처럼 자랑스럽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풀나풀 거리면서 달려왔다.
오늘 아침에 어쩐지 옷을 갈아 입기 싫었다 정말 빨래하기
힘들어(천도농장은 계곡에서 손빨래 해야함) 무려 이주만에 입은...ㅠㅠ
한땀 한땀 손으로 빤 깨끗한 옷인데....
근도의 자랑스럽고 신난 얼굴이 점점 더 커져 보인다.
핏물은 잘 지워지지도 않는데...
된장~~ㅈ됐다!!
@@@우리개 이야기 中 어린 강아지를 위해 목숨을 내건 근도
저자 우리개 연구소 소장 김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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