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서부산맥 지역 비행 중- 5월
안녕하세요! 알래스카 에서 다시 인사 드립니다! 보배드림 여러분 모두들 잘 계시지요? 이제 여름이군요!
한국의 여름은 무척 습하고 더웠던 기억이 납니다. 에어컨도 없었던 제 좁은 원룸의 창문 모기장에 붙어서 시끄럽게 울부짖던 매미들을 손가락으로 튕겨내며 쫓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지금 그 기억을 더듬어 보니 참 그립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지을 수 있는것은 현재의 특권 이겠지요?
6월이 지나니 알래스카도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이곳은 한 여름이라도 더울 때는 25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 같아요. 습하지도 않아서 지내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온 세상을 뒤덮던 눈이 점점 사라져가고 산 아래로부터 초록색으로 덮히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색의 수목 경계선이 스멀스멀 퍼지는데요 - 마치 저그의 크립이 펼쳐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여름이 되면서 사람들의 이동도 많아지고 덩달아 제가 하늘에 있는 시간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분주하게 매일을 보내고 있지만 불평은 할 수 없군요 - 조종사들은 하늘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 사진은 이기햐긱 이라는 에스키모 마을에 배달을 하러 착륙하기 전입니다. 이 곳에 사는 동네 분들이 저를 항상 반겨 주셔서 참 좋습니다.
겨울의 새하얀 알래스카도 참 멋지지만 이렇게여러 가지 색깔이 버무려진 알래스카도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 곳으로 저곳으로 다니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이곳은 일리얌나 호수라고 하는데요 알래스카에서 제일 큰 호수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아도 수평선이 보일만큼 굉장히 큰 호수에요! 이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어서 자주 다닙니다.
저 섬 같은 곳에 마을이 보이지요? 저는 저기에 사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심심하면 집 밖으로 걸어 나가서 아무 데나 낚싯대를 던지면 커다란 알래스카 송어 들이 낚여 올라 옵니다! 일리얌나 호수에는 놀랍게도 전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민물 물개도 살고 있는데요 마을 근처에서 대기 타고 있다가 사람들이 낚시로 물고기를 잡으면 잽싸게 채 간다고 합니다. 보호받는 녀석들이라서 어떻게 해 보지도 못하고 그냥 털린다고 하는군요 ㅎ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없었던 물줄기들이 이곳 저곳에서 흘러 나와 호수로 섞여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정말 환상적인 색깔을 이루어 내는데요-
어쩜 이렇게 파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색을내는 곳도 있고요
그냥 말도 안 되게 하늘색인 곳도 보입니다. 마치 명암을 배우지 못한 초보 미술가가 그냥 하늘색 물감을 마구 뿌려 놓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시리도록 아름다워요.. 어찌 다르게 표현을 할 수가 없군요
그리고 이렇게 적절하게 섞인 괴상한 곳도 있습니다. 색깔이 참 오묘~ 해요. 이 정도면 남태평양의 산호초 지대 비슷하지 않나요? 하지만 여기는 알래스카랍니다 ㅎ
내가 초록색만 보이는 색맹인 걸까 ?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대지가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가파른 협곡 사이로 강이 흐릅니다. 뭔가 다른 세상? 판타지 이세계? 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주 오래전 태고의 모습 그대로 인걸까요?
비행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꼭 산책을 갑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눈이 참 즐겁군요 . 먼지 없는 새파란 하늘, 맑은 개울, 그리고 조각 같은 산들... 동네 마실 치고는 참 과분합니다.
컴퓨터 배경화면 같지요? 언덕 위로 올라와서 바위에 걸터앉아 분지를 내려다 보고 있으면 머리속이 정말 말끔해지는 낌입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정말 화사해요. 길고 추웠던 겨울 동안 웅크리고 있던 동물과 식물.. 모든 생명들이 짧은 여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기운 넘치게 역동적으로 변합니다.
산 위로 올라왔는데 사진을 찍기도 전에 갑자기 구름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있을 때 화엄사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을 종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구름속을 잠깐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산들은 굉장히 웅장한 매력이 있지만 한국의 산들은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진 맵시있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입니다. 지금 사진 속의 시간이 저녁 12시에요! 백야 현상은 참 신기합니다. 새벽 1시 정도 되면 해가 산 뒤로 넘어 가면서 잠깐 어둑어둑 해지는 합니다만 새벽 3시 반 정도 되면 다시 해가 뜹니다 ㅋㅋ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 마을의 유일한 식당인 푸드트럭에 모두들 모였습니다.
새벽 1시. 저쪽에 해가 지기는 지는군요! 이제 7월이지만 저녁 때쯤 되면 추워져서 다들 따뜻하게 입고 있습니다.
이곳의 명물인 무스(주걱사슴) 햄버거에요!! 맛을 평가하자면... 무척 좋습니다. 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꾸역꾸역 먹게 됩니다. 한국에서 먹었던 햄버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여러 가지 소스로 맛을 내더군요. 한국의 간장계열 소스 햄버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의 버거는 일단 두꺼워서 정말 작정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입에 밀어 넣어서 베어 물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별 다른 소스 맛 없이 정말 농후한 육즙이 입 안에 가득 퍼지게 돼서 행복합니다. :)
동네 형이랑 같이 수상기를 타고 놀러 나왔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비행기를 몰다가 괜찮아 보이는 호수에 착륙하고 해변가에 걸어 놓습니다. 뭔가 엄청 자유로운 느낌이에요.
오후를 보내기에는 경치도 참 괜찮은 곳이군요. 오늘 이 형과 함께 나들이 나온 이유는 -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마음껏 총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ㅋㅋㅋㅋ 이곳은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젊은 처자들까지 모두 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서 총은 생활필수품이고 총을 쏘는 법은 분명히 익혀 놓고 계속 연습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회색곰이 도처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건 어느 날 제 마을로 내려왔던 녀석 입니다. 다행히도 위협사격을 해서 쫓아낼 수 있었어요. 모두들 되도록이면 죽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을 합니다. 이 녀석들 얼핏 보면 굉장히 토실토실 귀여워 보입니다만 정말 흉악한 맹수 입니다. 600kg 이 넘는 다 자란 수컷의 경우 뒷발로 딛고 일어서면 3미터가 훌쩍 넘는데요 직접 마주하면 절망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선사시대급의 괴수들이 알래스카 곳곳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냥꾼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난 회색곰이 휘두른 앞발에 커다란 수사슴의 머리가 척추 채로 뽑혀서 날아가는 것을 본 이야기, 실수로 곰 새끼를 차로 치자 빡친 어미 곰이 와서 차를 뒤집어버린 이야기 등 곰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오래전 특히나 거대하고 흉포한 수컷이었던 '브라우니(...)' 라는 회색 곰이 있었는데요 캠핑장을 습격한 그녀석에게 한 사람이 9mm 권총을 쏘았다고 합니다. 총알은 곰의 어깨에 맞았고 고통에 흥분한 브라우니는 총상을 씹어먹고 돌격합니다. 사람은 잇따라 정면으로 또 총을 쏘아서 브라우니의 머리에 맞추지만 놀랍게도 9mm 총탄은 두꺼운 곰의 두개골에 튕겨져 나갔고 휘두른 앞발에 처참하게 찣겨 살해 당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최소 .44 매그넘탄을 - 회색곰의 근육과 뼈를 부술 수 있는 최소한의 무장으로 여깁니다.
어쨌거나 경치 좋은 곳에서 곰을 마주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쏠 수 있도록 훈련 합니다! ㅎ 빵!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했던 날 이륙한 후에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알래스카의 하늘이 호수에 그대로 비춰져서 신비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위와 아래의 경계선이 애매모호 할 때도 있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때도 있지요.
보배드림이니 어쨌거나 차 이야기를 빼 놓을 순 없겠지요? 동네 주유 트럭입니다 ㅎㅎ 1960년대 차량인데 지금까지 잘 굴러 다니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1976년 지프 체로키. 매드맥스 분위기가 풀풀 나지 않나요? ㅋㅋㅋ 이래보여도 알래스카에서는 엄연한 현역입니다. 미국 애들 차 참 튼튼하게 잘 만드는 것 같아요.
한국 시골에 경운기가 있다면 알래스카 시골에는 트랙터가 있습니다. 요녀석 1950년대 모델인데요 완전 만능입니다. 70년이 지나도 잘 돌아가고 비행기들을 요리조리 잘 견인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제가 여름에 하는 일들 중에 하나는 바로 이런 수상 비행기를 몰고 손님들을 투어 해 드리는 겁니다. 알래스카의 야생은 착륙할 수 있는 평탄한 곳이 많이 없는데요 수상 비행기는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활주로가 되어서 이동하기 편리합니다.
착륙! 이 날 손님들을 모시고 갔던 곳은 아주 특별한 장소입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급의 인물이 살았던 장소이지요!
아름다운 호수 이지요? 이 호수는 트윈 레이크 라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리처드 프뢰네케 라는 사람이 살았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알래스카에의 호수가에 혼자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으로 3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숲속 오두막 그 자체입니다 ㅎㅎㅎ 프뢰네케는 이곳에서 살며 자신이 자연을 관찰하고 본 것 느낀 것 그리고 그 소중함을 매일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그의 일기는 출판 되어서 미국의 어린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자라게 됩니다. 세상을 떠난 남자가 숲 속에서 동물들과 친구가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사는 이야기 - 참 멋지지요? 많은 미국인들은 이 장소를 알고 있고 언젠가 한번 꼭 와 보기를 희망합니다.
정말 판타지 속에 나올 것 같은 오두막 인테리어라서 인상 깊습니다. 이런 곳에서 혼자 30년을 넘게 살면 도데체 어떤 느낌일까요?
그가 작성했던 일기의 일부입니다. 프뢰네케는 알래스카를 사랑했고 그 소중함을 전달하고자 했으며 미래를 위해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 중요성을 끊임없이 기록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행복이란 물질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적 평화를 누리는 것이라고 결론 지었지요. .그의 책이 한국에도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늙은 곰이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었다" 라는 책인데요 한번 읽어 보시면 굉장히 뭉클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인들에게 손 꼽히는 명소 이기에 이 곳에는 파크레인 저도 배치되어서 사람들을 가이드 해 줍니다. 프뢰네케는 사망했을 때 자신의 모든 것- 그의 오두막과 땅을 미국 정부의 기증 했는데요 알래스카 주정부는 그의 의지를 따라서 오두막을 그가 살았던 그대로 보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관광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날 가이드 해드렸던 중년의 백인 부부입니다. 참 인상깊었던 만남 이었어요. 이 백인 아주머니는 프뢰네케가 살았던 오두막을 견학하고 호수에 앉아 경치를 감상 하시더니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어렸을 적 꿈이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프뢰네케 처럼 자연 속으로 들어가 동물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 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은 어른이 되었고 눈 깜빡할 사이에 결혼해서 아이도 둘이나 낳았답니다. 좋은 인생이었다고... 지금 좋은 가족도 있고 행복 하지만 자신이 어느 사이에 세상에 휩쓸려서 이렇게 어렸을 적 꿈을 돌아볼 틈새도 없이 바쁘게만 살았던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훌쩍이셨습니다.
후후... 대자연 앞에 겸손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요? 보배드림 여러분들도 너무 바쁘게만 사시지 말고 한타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ㅎ
이름 모를 호수에 착륙해서 사람들과 함께 낚시를 즐깁니다.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좋은 경치를 바라보며 낚시를 하면 시간이 정말 미끄러지듯이 흘러갑니다.
낚시하는 처자와 타이밍 좋게 지나가는 수상 비행기....이런 멋진 광경을 두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에 참 감사합니다.
연어입니다 ㅋㅋㅋ 이제 연어들이 알래스카 이곳저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정말 기가막히게 맛있습니다.
연어의 옆구리살을 발라서 이렇게 걸어 놓고 밑에서 장작을 때우며 훈제 시킵니다. 이러면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서 내년에 또 연어들이 올 때까지 실컷 먹을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올렸던 글 이후로 많은 분들이 연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몇몇 조종사 분들이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자주 오시는데 제가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시골에서 날아 다니느라 큰 도시로 갈 틈새가 없군요.
아... 한국 생각이 많이납니다. 빠삐코는 지금도 500원인가요? ㅎㅎ
한국에서 인생에 힘들었던 때를 보냈지만 그곳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경험도 많아 항상 그리운 마음이 있습니다.
몇몇 분들이 조언해 주신대로 제가 알래스카에서 경험을 쌓고 큰 비행기 타러 떠나더라도 한국 항공사에서 일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하지만 미국 항공사에도 한국으로 가는 라인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 그쪽으로 꼭 잡고 싶군요.
혹시 모르지요! 언젠가 제가 보배드림 여러 분들을 모시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갔다 하게 될 때 - 아마 알래스카 근처를 지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기내 방송으로 제가 겪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ㅎ !
모두들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알래스카에서 -
보는것 읽는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핸드폰으로 보았지만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시원해지는 기분입니다.
블랙마운틴에서 보드 타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알래스카 여행도 꼭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한번 뵙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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