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게시판에 김홍일 장군 이야기가 올라온걸 보고
80년대 말 국내에 몰래 출간되었던 김형욱 회고록 중에
김홍일 장군님과, 박정희 관련 이야기가 생각나서
옛 기억을 떠올려 보며 몇글자 올려봅니다.
1. 김홍일 장군님은 1951년 그 당시 국군 최고 계급인 육군 중장으로 예편하시고
중국통 경력을 살려 1952년 주중대사 및 타이베이 외교단장이 되셨다가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키고 세운 국가재건최고회의
군정 기간 동안 외무부장관으로 재임했습니다.
쿠데타 주동 세력인 육사 8기생들이 외무 장관으로 위촉했는데 ,
육사 8기들이 교육받던 육군사관학교장이었으며
후보생들의 엄청난 존경을 받았다고합니다.
2. 박정희가 제일 두려워한 선배 장군은 백선엽이나 정일권이 아닌 김홍일 장군이었습니다.
박정희는 억만분의 1만큼이라도 애국심은 있었는지, 아니면 만주군 출신 콤플렉스가 있어서인지
아주~ 가끔씩 김홍일 장군, 장준하 선생님 같은 항일 광복군 출신들에게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3.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켰을때 국가재건회의장을 맡다가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즉 대통령 선거, 총선을 통해 민주 정부를 만들고 본인을 비롯한 군인들은 군 본연의 임무로 하겠다는것입니다.
4. 이 약속은 혁명공약 마지막 6항에도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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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공(反共)을 국시의 제 1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2.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3.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
4.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5. 민족의 숙원인 국토통일을 위해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배양에 전력을 집중한다.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은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국가재건최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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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맨 마지막인을걸 보면 구색 맞추기로 넣었을거라 보며
쿠데타 핵심 세력인 김종필이 초안을 작성했다는걸 감안하면
애초에 민간 정부에게 정권 이양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을거라 봅니다.
거기다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이라는 기준이 지들 입맛대로인지라
쿠데타 주동 세력들은 지켜질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인거죠.
5. 그 시기가 슬슬 다가올때 김종필이 나서서 박정희에게
대통령 선거에 나서라고 계속 바람을 넣었습니다.
6. 박정희가 대선에 나갈거라는 이야기는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7. 그걸 보다 못한 김홍일 장군님이 박정희에게 찾아가서 대선에 나가지 말고 ,
처음에 약속한대로 민간인들로 구성된 민주 정부를 만들어 군은 정치에서 제발 빠져야 한다고
간곡히 설득합니다.
박정희는 [ 네, 선배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대선에 안나가겠습니다. ] 라고 약속합니다.
8. 김홍일 장군님이 박정희 사무실에서 빠져 나오고나서 바로 김종필이 박정희에게 전화합니다.
김종필 : 각하 , 대선에 꼭 나가셔야 합니다. 각하!!!
박정희 : 엉.... 콜~
9. 결국 박정희는 민주공화당을 창당해서 대선에 나가게 되고 한일협정까지 맺게 됩니다.
이 일로 인해 김홍일 장군님은 박정희에게 등을 돌리고 완전히 결별하게 됩니다.
제가 읽었던 김형욱 회고록 내용을 요약해보면 ...
김대중 만세!!!
김종필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 매국노 !!!
그런 김종필에게 놀아난 박정희는 ㄱㅅㄲ !!!
그런 애들과는 다르게 그래도 나는 좀 많이 잘난 놈 !!!
이런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참회는 일부분이고 자기는 잘난놈이라는 떠세와
박정희 김종필에 대한 악담과 저주 , 원망이 자주 보이긴 해도
그전에 몰랐던 5.16 쿠데타와 김종필을 비롯한 육사 8기들의 ㄱㅈㄹ,
박정희 정권의 추악한 민낯도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해 서술한 탓에
나름 재밌게 읽었던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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