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사에 입사한지 몇개월 안되었을 때입니다.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법인차량으로 경차가 있었고 어느때와 다름없이 외근을 가던 중 주유를 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법인차량이 좀 더러워져 세차좀 하자는 상관의 말이 기억나 주유한김에 자동세차를 했었습니다.
자동세차를 마치고 D로 변속하고 악셀을 밟는 순간 차가 미친듯이 튀어나갔습니다.
주유소는 큰 대로변에 있었는데 6차선도로인데다가 차들이 쌩쌩지나는 곳이라 그 도로로 나가는 순간 전 죽었을겁니다.
겪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엔 어? 소리가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뭔가 잘못돼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이미 차는 엄청난 속도와 굉음을 냅니다.
어? 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말을듣지 않았습니다.
주유소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전 화단에 갔다박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박혔습니다.
화단 모서리에 정통으로 박아서 엔진이 뒤로 밀릴정도로 쎄게 부딪혔습니다.
그리 먼거리가 아니였습니다. 2~30미터밖에 안가서 박힌거지만 엄청난 속도였고 차가 부딪히고 나서도 차가 굉음을 내며 앞으로 가려고 부릉부릉 거리고 있었습니다. 꼭 좀비영화에 팔다리짤린 좀비가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거마냥...
전 무서워서 시동을 꺼버렸습니다.
운전병출신이라 항상 안전벨트를 메고 시동을 켜는 버릇때문에 다행히 날라가진 않았지만 안전벨트가 저를 잡아주면서 생기는 고통은 꽤 오래갔습니다.
회사에서도 처음엔 당연히 저를 안믿었습니다. 저도 제가 안믿겼습니다.
그때도 사회적으로 급발진 논란은 있었지만 말이죠.
동료가 주유소 CCTV를 확보해와서 함께 봤는데 다시봐도 무서울정도의 가속이었습니다.
운이 정말 없이 도로로 진입했었다면 전 난리가 났겠지요.
다행히 회사에서 급발진 인정해주고 차량수리와 주유소에 배상도 보험처리 다해주었습니다.
아..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엔진이 뒤로 밀릴정도로 중앙을 쎄게 박았는데도 터지지 않은 에어백.
그래서 그때 제 첫차를 다른자동차회사의 차로 샀습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