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년 전인가? 제 로망인 중고 아반떼를 알아보려고 가입했다가 몇 개 글 남기지도 않고 시나브로 유령 회원으로 변질된 ‘외롬지기’입니다.
오늘 헌혈의집 서울 영등포센터에서 혈소판혈장 헌혈로 500회째 헌혈을 했습니다.
1993년 7월 처음 헌혈을 한 이래 29년이 지나도록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서면서도 올해가 가기 전, 저도 뭔가 이 사회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내심 있어 부끄럽지만 몇 자 적어봅니다.
그동안 헌혈한 것을 확인해보니 전혈 헌혈 8회, 혈장 헌혈 261회, 혈소판 헌혈 86회, 혈소판혈장 헌혈 145회로 10여 년 전부터는 줄곧 혈소판 헌혈이나 혈소판혈장 헌혈 위주로 하고 있었네요.
처음 헌혈을 다짐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중학교 1학년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위반한 택시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1년을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 친구가 잊지 않고 수시로 찾아와 격려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는데 그 덕분에 당시 어린 나이에 휴학이란 큰 상처로 자칫 방황할 수도 있었던 시간을 나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 건강을 회복하면 그 때 친구에게 받은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지 다짐하게 되었고, 고등학생 때, 학생 신분으로서 헌혈이야말로 가장 손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봉사란 생각에 헌혈의집을 찾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헌혈을 이리 오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한 15번 정도 하면 ‘나도 나름대로 헌혈 좀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전의 중앙로 헌혈의집에서 헌혈 후 당시 간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간호사님이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겨울이었는데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농담삼아 “감기에는 아이스크림이 좋대요”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간호사님은 자신의 머리가 가발이라고, 암에 걸렸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나중에는 병이 심해져서 혈액원을 퇴사하셔야만 했는데 자신은 가발을 써야 할 정도로 그리 아프고 힘들어 했음에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를 위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배려해주셨습니다.
그 때 그 간호사님을 보면서 ‘이것이 적십자의 정신이구나, 함께 사는 길이구나’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헌혈만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고요.
제가 교통사고로 힘들어할 때 제 친구가 내밀어준 손길, 헌혈의집 간호사님의 헌신적인 이웃사랑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적십자사를 ‘피장사’만 한다고 비난하곤 합니다.(사실 적십자사가 이윤을 챙기지도 않겠지만...)
그런데 재난재해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와서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해주는 것은 적십자사입니다.
지금과 같은 겨울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연탄 한 장 역할 해줄 수 있는 단체 역시 적십자사입니다.
더불어사는 세상을 위한 끝없는 동행, 저는 그 자체가 너무나 좋습니다.(오해하지는 마세요. 저는 적십자사 직원이 아니랍니다.)
헌혈을 오래 하다 보니 건강을 걱정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서 특별히 건강에 신경쓴 것은 없답니다. 영양제를 먹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없고요.
단지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닙니다. 아직까지도 중고 아반떼 한 대 굴릴 여유가 없는지라(^^) 매일같이 하루에 2만보 정도를 걷곤 합니다. 그리고 식사 외에는 군것질이나 술, 담배도 안 합니다.
그러다보니 군 제대(교통사고로 인한 병력으로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현역으로 갔다 왔습니다.) 후 20년도 훌쩍 흐른 지금까지 체중도 줄곧 68kg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건강을 유지하고 좀 더 좋은(?) 헌혈을 할 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보네요.
이렇게 모은 헌혈증도 저의 가족 눈물을 닦아 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감사 의미로 동 병원 사회사업팀에 100장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서 한국백혈병환우회, 교회, 그리고 지인 등에게 거의 350여 장을 기증했답니다. 이 곳 게시판에서 혈소판 지정헌혈을 요청하는 글을 보면 선뜻 동참도 해주었고요...
비록 저 스스로를 유령 회원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가끔 들어와서 게시판 글들을 읽다보면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내 형님, 누님, 아우님의 글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향림원 관련 소식에 쏟아진 엄청난 기부 댓글은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놀라움과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보배 정신 잊지 않고 그 울타리 안에서 함께 숨쉴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한 가지 청이 있다면 헌혈은 건강한 분의 특권이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어딘가에서는 분명 혈액이 모자라 고통받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앓고 계신 분들의 가족은 병간호도 모자라 지정헌혈자 마저 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분들을 위해 여러분들이 갖고 계신 그 특권을 일년에 1~2번만이라도 행사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보배드림 형님, 누님, 아우님!
2022년 마무리 잘 하시고, 2023년 새해에는 더욱 복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외롬지기 올림.
(덧붙여, 유령 회원의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0년에 기념품선정회의할 때 한 번 뵈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끝나고 헌혈자끼리 커피라도 한 잔 하며 대화나누고 싶어했을텐데,
그때는 코로나가 엄중한 상황이라 회의 마치고 바로 헤어졌네요.
선생님 앞에서는 제가 작아지네요
저도 헌혈 하고싶어서 알아보니 연천 지역 이라 안된다고ㅜㅜ 아쉽네요
1년이면 세 번은 할 수 있죠.
4월부터 10월까지는 혈장헌혈하면 되구요.
이제부터라도 정기적으로 헌혈참여해보세요.
파주, 연천, 강화, 철원 지역에 사는 분들 중에 잘못 알고 평생 헌혈시도조차 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니,
주변에도 바른 정보 널리 알려주세요.
백번도어려운데 500번째라니..
훌륭하세요
저는 500회까진 못하겠지만 님처럼 건강이 닿는 날까지 꾸준히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십시오!!
내년 초엔 50회 달성하고 금장 받을 것 같네요
그것도 500번이라면 대단을 넘어 존경스럽네요.
저도 헌혈하고싶은데 영국에서 3개월이상 체류한 적이있어 불가라고 하더군요ㅠㅠ
이미 바뀐 나라도 있고 한국도 기준 개선 필요성에 전문가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절차적인 이유로 몇 년 더 필요할 수 있지만 곧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영영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1년에 한 번씩이라도 1600-3705(헌혈 CRM센터)로 전화하셔서 기준 바뀌었는지 문의 후,
바뀌면 헌혈 참여해보세요~
아무나 못하죠.. 정말..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멋진분 추천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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