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 전, 같은 제목의 글로 1차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사실 처음 글을 올리기까지 많이 고민했었습니다.아버지의 선택이 누군가에겐 농담거리가 되진 않을까, 조롱거리가 되진 않을까..하지만 많은 분들의 격려가 이어져 큰 힘이됐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 정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또다시 너무 분한 상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갑이라했던 1차협력사에서 저희와 아무협의없이 금형을 빼내어 갈 생각을 하고 있다네요.
저희와 같이 일했던 직원들을 돈으로 매수하며, 금형 더 쉽게 빼갈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했다합니다.
아버지 빈소가 차려졌던 그 날부터 다음날, 발인이 있던 다다음날까지 갑 회사의 대표이사는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밑으로있는 본사 직원들조차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도.제가 먼저 갑 회사 대표이사님을 뵙고자 연락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갑'의 횡포에서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고자 '갑' 대표이사님 면담을 수차례 요청하셨었습니다.돌아오는 답변은 '이제와서 대표이사님 만나서 뭐하십니까', '다 내려놓으시고 다 반납하시고 그냥 조용히 끝내세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렇게 만나뵙고 싶으셨어도 못뵀던 대표이사님. 제가 만나보려 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셨는지. 굳이 이렇게 하셨어야했는지. 여쭤보고싶었어요. 정말....정말 여쭤보고 싶었어요.해외출장중이시라네요. 일주일 뒤에 오시니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네요.일주일뒤에도 연락이없어 다시 먼저 연락해봤지만 아무 대답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15년동안 '갑'을위해 일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갑'을 위해 일해오셨던 대표이사님께서 그 '갑'의 횡포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습니다.아무리 '갑' 과 '을' 의 관계라해도...사과한마디 듣지도 못했습니다.
선택은 저희 아버지께서 하셨지만 '갑'도 간접적인 책임은 분명 있다고 생각됩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대표이사님 얼굴뵙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힘드네요.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금형은 저희 자산이 아닙니다.'갑'의 소유이기에 내어줘야 되는게 맞습니다.그치만 금형을 '갑'에게서 처음부터 인도받아 지금까지 수리하고 유지, 보수하며 관리했던건 저희였습니다.처음부터 품질도 제대로 보증되지 않은 금형을 줍니다.이로인해 발생되는 품질문제 및 모든 비용 또한 저희에게 청구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요구와 다를 것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되는것이 저희의 현실입니다.이 모든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지만 단가에는 단 하나도 적용 되지 않았다보니,
이것이 그대로 적자로 이어지게되는 한 부분이 되었고, 저희가 '갑'에 요구했던 경제적인 손실부분에도 이 내용이 들어 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과 돈으로 들어올 것이 아니라 저희와 마주앉아 사과 한마디와 대책논의가 먼저 아닐까요. 안내어준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 저들은 얼마나 더 저희를 짓밟아야 하는걸까요.
아버지 살아생전 어느날, 저녁먹으며 TV 봤던 게 생각나네요.
1차협력사에서 용역들을 대동해 2차협력사에 쳐들어와서
회사에 있던 사람들의 핸드폰을 빼앗고 전화선 끊고 사무실에 감금시켜 놓은 뒤, 몇십대의 차에 금형과 설비를 싣고가는 영상이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저게 남 일 같지 않다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나네요. 그 때 아버지께서 걱정하셨던 일, 제가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저야 어찌되던 괜찮지만, 같이 회사에서 버티고계신 어머니께서 다치실까 제일 걱정입니다.
아버지께서 회사 앞 공터에 차를 세워두시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셨던 날...
아버지를 발견하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하신 어머니 연락을 받고 회사에 울며 달려갔을 땐, 이미 경찰들이 아버지 시신을 옮긴 뒤였습니다.
내 눈으로 보기전엔 절대 아빠 돌아가신거 못믿는다며 깨끗하게 닦이시기 전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얼굴엔 그을음이 가득하셨고...코 속은 온통 까맣게 재로 채워져있었습니다.정말.....정말 말도 못할정도로...숨도 못쉴정도로 오열했던 아픔이....아직도 생생합니다.
아픔이 조금이라도 잊혀지기도 전에 저들은 또다른 갑질을 준비하고있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근 일어났던 대한항공 사건이나 남양유업 사건 등 대기업들의 횡포만을 알고있습니다.
중소기업간의 알려지지 않은 크고작은 갑질들은 잘 모르고있습니다.
더욱더 힘이드는 건, 이러한 갑질에 맞서기 위해선 시간적인 여유와 경제적인 여건이 따라줘야되는데
저희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맞서다가도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 너무 화가납니다.갑질이라는것이 어느덧 대한민국의 숨어있는 문화로 자리잡아 버린 것 같습니다.세상 모든 불공정한 일이 없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리고 여러분들의 응원에 힘입어중소기업간의 갑질에대한 국민청원 올렸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70305?navigation=petitions
지금도 저희같이 힘없이 당하고있을 하청 협력사 분들을 위해,
그리고 어디선가 저희 아버지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계실 사장님들을 위해,작은 희망이 되어주세요.부탁드리겠습니다.
다같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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