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개 이야기 中하늘 닮은 진돗개 하늘이(마무리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누구신가요??"
영감님 아들이란 분이 하늘이를 다른 곳에 보내신다는
이야기 였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듯 한데 하늘인 영감님이 안키우시면
제게 돌아와야 할 아이 입니다. 다른 곳엔 보내지 못합니다.
그것이 입양 조건 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영감님과 통화를
해 봐야 겠네요"
영감님이 하늘이를 두고 서울로 못간다고 하니 엉뚱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물어보나 마나 영감님이 아시면 난리 날 일.
그리도 부모 마음을 모를까..
현실적으로 영감님이 혼자 생활이 불가능 하다면 사람을
붙이든지 같이 하늘일 데리고 올라갈 궁리를 해야 할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계실 영감님에겐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아직 회복도 다 안된 영감님 혈압 올려서 좋을것이 없었다.
동네 아주머니 한분을 구해 영감님 수발을 들게 하고 영감님과
하늘인 그렇게 다시 만났다.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불편하실 부분이 있어 하루 한번은
찾아가서 놀다 왔다. 오줌통을 비우는 일이나 볼일을 보는
부분이 불편하실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나 역시 가슴까지
기브스를 하고 두달을 살았던 적이 있으니...
다행히 영감님의 기브스는 무릎까지 였다.
나 역시 천도 농장에 좌변기가 없어 나무로 만든 좌변기를
쓰고 있기에 영감님 화장실에도 좌변기를 만들어 드렸다.
비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지만 한쪽 발은 멀쩡해서
의외로 잘 적응 하셨다.
동네 아주머니가 방 정리를 할 즈음이면 하늘인 아주머니가
조금만 언성을 높혀도 째려 보았다. 영감님이 하늘이 밥을
못 챙겨 아주머니가 밥그릇을 들고 와도 먹질 않았고
영감님이 주어야만 먹었다.
"나 살다살다 저런 영물은 처음 본다니깐..진돗개가 원래
저런가 보네..영물이야 영물.."
아주머니는 섭섭할 만도 한데 하늘이 칭찬에 입이 말랐다.
며칠이나 자났을까 나랑 말씀 중이던 영감님이 약봉지를
찾으신다. 얼른 가져다 드리려고 하는데 하늘이가 약봉지를
물고 와 있는게 아닌가..
"아이고 ..우리 손주 기특하기도 해라.."
영감님은 좋아서 거의 실신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며칠간 영감님이 약을 드실때 마다 약봉지를 찾는걸 유심히
보고 있었던 하늘이..
영감님이 약봉지를 찾는 기색만 하면 가져왔다.
가르친 적이 없는 것을 하는 하늘인 영감님이 숨이 넘어갈
듯 좋아라 하는 것을 보더니 화장지며 담배 라이터 까지
물고 왔다. 그것도 한마디 말도 없이 할아버지 눈치만으로...
영감님 몸이 불편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하늘인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오래 전 삼촌이 마당에서 키우시던 발바리가 교통사고가
나서 집 안에서 6개월을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삼촌의 담배와 라이터, 심지어 수건까지 물고 오던 기억이 났다.
죽어도 개는 마당에서 키워야 한다던 삼촌이 숙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녀석을 얼마나 물고 빨았던지 어딜가나 한순간도
품에서 떼질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하늘이도 같았다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찾으려 하면 용케
알고 물고 왔다. 난 괜히 농장에 돌아와 치호를 타박하곤 했다.
"야 ..하늘인 담배도 가져 오는데 넌 공도 안가져 오냐?"
치호랑 사과는 공놀이 하자고 하면 딱 3번 이었다. 3번 물고와서
다시 던지면 저 멀리 풀숲에 숨겨놓고 와서 천연덕 스럽게
딴청을 부렸다.
영감님이 말하지 않앙도 기색으로 알아 차리고 약은 물론
휴지며 담배며 라이터를 가져오는 하늘이가 부럽고
얼마나 약이 오르던지...
도대체 내가 무엇이 부족해 나만 그런 개가 없단 말인가!!
달랑 개 한마리 키우는 삼촌도 있고 영감님도 있는데
진돗개 30마리도 넘게 키우는 난 왜??
하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영감님의 회복은 정말 나이 드신 분 같지 않게 빨랐다.
3달은 걸릴 것이라던 기브스를 2달도 안되서 풀었으니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아무리 말려도 농사꾼인 영감님은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논으로 밭으로 일을 하러 가셨다.
푸른 논가에 영감님이 쉬고 있으면 하늘인 그림처럼 그렇게
영감님 옆을 지켰다. 영감님이 부르지 않아도 쳐다만 봐도
하늘인 영감님 품에 파고들어 애교를 부렸다. 영감님이
자신을 찾는 걸 기가 막히게 알아 차렸다.
사고가 난 이후 하늘인 정말 단 한순간도 영감님에게 눈을
떼지 않았고 잠을 자도 귀 한쪽은 늘 영감님을 향해 있었다.
"하늘아.. 우리 손주 나랑 한날 한시에 같이 가면 참 좋겠다."
영감님은 가끔 그렇게 말씀 하시곤 했다.
진돗개가 그렇게 싫어 한다는 포옹인데 하늘인 영감님이
끌어 안고 볼을 부비고 놔주지 않아도 싫은 기색 한번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만지기는 커녕 근처도 못오게 하는 녀석.
하늘이가 유일하게 부르면 오고 만지는걸 허락하는건 나와,
하늘이 태어났을때 농장에서 일하던 관리인 뿐이었다.
그렇게 2년이 더 지나고 하늘이가 5살이 되었을 무렵...
주유소 사장님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영감님이 돌아 가셨습니다...."
낮잠 주무시다 돌아가셨는데 다행히 금방 발견 되셨다고
했다. 달려가 하늘일 농장으로 데리고 왔따. 장례가 끝나고
영감님이 준비해 놓으셨다는 자리에 영감님을 모셨지만
일부러 하늘일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하늘인 영감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아는듯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견사 안에서
만져주다 견사 문을 열려고 할때만 내게 눈을 맞추고 꼬리
를 흔들었다.
"하늘아 ..어디 가려고.. 그냥 나랑 같이 살자.응??
한창 전성기인 하늘이가 거의 먹지 않아 일부러 발정난 암캐
를 견사에 넣어 같이 두었지만 하늘인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다른 숫캐가 견사에 다가와도 본척 만척 이었다.
하늘일 방안에 들였다. 작정을 하고 영감님보다 더 하늘일
챙겨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는데 서서히 양이 줄어 갔다.
억지로 맛난 것을 손으로 떠먹이면 먹는 시늉만 했다.
눈과 몸에 기쁨이 없었다. 엄마를 만나도 동배들을 만나도
놀지 않았다. 누워 잠만 자는듯 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떻게 열었는지 내가 잠시 자릴 비운사이
하늘인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서둘러 영감님 집이며 병원
까지 뒤졌지만 하늘인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영감님 무덤을 찾아갔다.
하늘이가 알리가 없는 곳...
영감님 사시던 집이 잘 보이는 양지 바른 곳에 영감님 무덤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 무덤으로 올라가는데 영감님 무덤 곁에
하얀 것이 보였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눈물이 흐른다...
"하늘아..."
얼른 달려가 하늘이를 불렀지만 움직임이 없었다.
"하늘아~~하늘아~!"
몸이 차다...아직 굳지 않은 하늘인 무엇이 그리 그리웠는지
눈을 감지 않고 누워 있었다.
하늘이 입에 거품이 있었다. 무얼 먹었을까...
"영감님...하늘이 있으니 이제 좋으슈??"
"하늘아...할아버지 옆에 묻어 줄테니 눈 감으렴..."
눈을 감지 않는 아이, 말라서 갈비뼈가 다 보이는 하늘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어야 했다.
살면서 주인을 따라 먼 길을 떠난 아이들을 흔하진 않았지만
보고 살아왔따. 그래서 난 늘 말한다.
"진돗개를 길들였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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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 통해 그리고 그렇게 같은 길을 갔던 천도농장 출신
아이들 4마리를 통해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진돗개는 주인의 죽음을 압니다.
그리고 때론 스스로 목숨을 거두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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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개 이야기 中
하늘 닮은 진돗개 하늘이
울집 시츄도 울아빠 어디가심 오실때까지
밥을 안먹었어요 ㅜㅜ
실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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