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서울로 오는 경부선 무궁화호 객차 안. 내가 탄 구형 객차는 전원 콘센트가 없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되어 4호차 카페칸으로 가서 평택, 수원까지 오는 동안 20% 충전을 하고 2호차 41번. 내 자리로 갔더니 아주 쪼금, 염려하긴 했었는데, 내가 마시던 헛개차 음료수와 같이 그물망에 돌돌말아 꼽아두었던 자동 3단 접이식 우산이 없어졌다.
내가 50평생, 기차를 타면서 누가 내 물건을 가져 간, 최초의 사건(?)인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에 남의 우산까지 가져갈 만큼 무궁화호 타는 사람들의 인심이 변모한 사실에 분노했다. 혹시나, 누가 가져갔는지 2호차 객차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봤다. 안보였다. 아마 수원역에 내린 똘아이 같은 병신 하나가 가지고 내린듯 하다.
<< 찐파란 네이비색 자동3단 접이식 우산이 없어진 그물망의 모습 >>
서울역 도착해서 혹시 차장에게 내가 카페칸 전화기 충전하는 동안, 분실물로 줏어놓은 우산있냐고도 물어봤으나 모른다한다.
서울역 역무원에게 요즘같은 스마트 시대에 전기 콘센트, USB 충전기도 없는 구닥다리 무궁화호를 탔더니 사소한 거지만, 손때 묻은 소중한 우산을 누가 훔쳐갔다고 했더니, 내년부터 "KTX-이음"같이 생긴 신형 무궁화호가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지금의 내구연한 도래한 구닥다리 무궁화호 객차는 전부 폐차시킨단다. 그렇지만, 이미 없어진 내 우산... 누군가 내 자리를 침범해서 내 물건을 훔쳐갔다는 생각에 서울역을 나와서 지금 집에서 이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화가 가라앉지를 않고, 순박하게 보였던 그 무궁화호 승객들중에 그런 사람도 섞여 있었다는 생각에 겁도나고 황망하기 그지없다. CCTV가 없는 것이 이런 일이 생기고 안 생기고의 큰 차이가 있다는것도 알게된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KTX, 무궁화, 새마을호 등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남의 좌석에 있는 물건들을 잘 쳐다보지도 않고, 심지어 어떤 물건을 아차, 실수로 놔두고 그 승객이 내렸다한들, 그 물건에 신경을 안쓰는게 요즘 승객들이다.
긴말은 안하겠다. 난 1~2만원하는 우산을 어떤 벼락맞을 인간이 훔쳐갔지만, 이 시간 이후로 이글을 읽는 분들은 기차에서 자기 물건들 간수를 잘 하길 바란다. 화장실 갈 때, 무궁화호 까페칸에 전화기 잠깐 충전하러 갈 때, 다음 정차역 이전까지 볼일보고 올 수 없을때는 특히나 조심해라, 전화기, 노트북, 작은 베낭.. 이런거 그냥 들고 가버릴수 있다.
기차는 CCTV 카메라가 없다. 중요 물품은 꼭 들고 다녀라.
요즘 살기가 힘들어져서 승객 민심이 흉흉해진것 같다. 그리고 연관성은 없겠지만, 무궁화호는 왜 그리 동남아 외ㄱ..(이건 됐고).
무궁화호 승객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이일로 인해, 기차가 유난히 좋아해서 특히 무궁화호 자주 타고 다녔지만,
앞으로 왠만하면 무궁화호 탑승을 걸러야겠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손버릇 나쁜 인간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남의 것 하나 훔치면, 내가 아끼는 것 두 개~세 개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다.
이 시간 이후부터 덜컹대고 삐거득대고 좀 느리긴해도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났었고, 조금 부족한 서민 승객들에게 요긴했던 코레일 무궁화호를 여전히 사랑하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참 오늘일은 서글픈 일 임에는 틀림없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