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가을에게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
벌써 겨울 속에 깊이 들어와 버렸네요
얼마 전 어느 주말 오후, 딸아이와 친구 승연이를 데리고 캠핑장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결혼식 갔다가 느지막이 온다고 하네요.
간단히 준비물을 챙겨 봅니다.
아이스백과 옷 가방, 그리고 돌돌 만 외투들..
캠핑장에 도착하니 벌써 깜깜해졌네요.
아직 6시도 안 됐는데 깊은 밤 같습니다.
짐 꺼내고 실내 정리부터 합니다.
앞집 친구네가 아내를 주려고 유명하다는 떡집에서 인절미를 사 왔네요.
평소 눈에 거슬렸던 의자 다리를 발견합니다.
플라스틱 마개가 닳아서 쓰다 보면 방수포에 구멍이 나기 일쑤입니다.
부탄가스 마개를 꽂아서 테이핑 해주면 나름 견고한 의자발 커버가 됩니다.
"너희들 오늘 공포체험 해 볼래?"
캠핑장 아래 산책로는 해가지면 칠흑 같습니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뚜벅뚜벅 내려갑니다.
저 멀리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으흐흐흐 흐...' 하며 놀래키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아빠.. 이제 그냥 위로 올라가면 안 돼애?"
소요산역으로 아내를 데리러 가는 길..
무언가가 차 앞으로 뛰어듭니다.
이 동네 고라니들은 겁이 없나봅니다.
[고라니 상습 출몰지역]이니 조심하세요!
아내가 왔으니 밤 문화를 즐겨야지요.
캠핑이 처음이라는 승연이는 이곳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가 봅니다.
자.. 먼저 모닥불부터 지펴줍니다.
떡심이 콕 박힌 두툼한 소 등심과..
살이 튼실한 등갈비부터 올립니다.
등갈비를 뜯더니 "헉.. 이 맛 실화임?"
목살 구이가 빠지면 섭하겠죠?^^
속이 꽉 찬 막창 99.9.....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었더니 느끼합니다.
속을 달래 줄 비장의 무기를 준비합니다.
*준비물: 바지락, 올리브유, 청양고추, 간마늘
고구마는 호일에 잘 감싸서 불 속에 투척!
바지락이 입을 턱턱 벌리면 바지락찜 완성입니다.
깔끔하고 칼칼한 맛이 입가심에 최고입니다.
원래는 닭발 요리를 아내가 직접 했었는데요..
이번에 시간이 없어서 동네 가게에서 샀더니..
맛도 별로, 양도 별로.. 모든게 실망입니다.
이번 캠핑의 유일한 '옥에 티!
기온이 내려가서 텐트 안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앞집 행님과 함께 마시려고 아끼던 술을 땄네요.
아파트 단지에서 보는 달보다 캠핑장에서 보는 달은 더 밝고 이쁩니다.
저 달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러 누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습니다.
짧은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모두 zzZ....
옆집 노랫소리에 눈 비비고 일어납니다.
'모처럼 큰맘 먹고 너를 위해서 가진 돈 모두 털어 선물을 샀어~♬'
오늘은 구름이 가득한 아침 하늘이네요.
일어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침구 정리!
리락이와 토깽이가 아침 인사를 하는군요^^
"지맹아~ 아빠 양말 좀 신겨줘~ 뿌잉뿌잉~"
헉.. 그런데 정말 제 양말을 신겨줍니다.
제 딸이 종종 이런답니다. 으하하하하하!
아침 기온이 쌀쌀해서 찜질방부터 들어갑니다.
몸을 녹이고 쌀을 씻습니다.
요즘 갖고 다니는 벽돌쌀이 참 편합니다.
닭 다리 살로만 이루어진 덩어리 닭갈비.
승연이 어머니께서 협찬해 주셨습니다^^
앞집 친구는 어젯밤 안 먹은 군고구마를 불쌍하게(?) 파먹고 있네요.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이모~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투두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알록달록 분홍 우산, 체크 우산, 노란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로에 쓰러져 죽은 나무가 보입니다.
조만간 도끼와 톱을 들고 정리해야겠네요.
캠핑장 앞 '고래의 언덕'은 볼 때마다 다른 얼굴로 저희 가족을 맞이합니다.
한탄강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잔잔한 음악 선율을 만들어 냅니다.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까요...^^
마냥 좋기만 한 두 친구.....
승연이의 '비 오는 날 첫 캠핑'을 기념하며 단체 사진 한장 남겨 봅니다.
비가 계속 내려서 일정을 수정하기로 합니다.
텐트 정리를 하고 조기 퇴근하네요..ㅎㅎㅎ
앞으로 2~3주간 못 올 수도 있겠네요.
우리 없어도 잘 지내고 있어 캠핑장아..
집으로 가는 길에 선사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곳은 처음이라는 승연이의 얼굴을 보니 잔뜩 기대에 부풀어 보입니다.
지맹이는 어림잡아 30번은 온 것 같은데..친구가 좋아하니 자기도 좋다며 싱글벙글이네요.
선사박물관의 건물 외형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먼저 구석기나라 여권을 발급받습니다.
전시장 입구를 지키는 사자가 '삼촌 오랜만에 오셨네요?' 라고 하는 것 같네요.
인류의 진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아까 찍은 사진과 고대 인류의 모습을 합성해서 직접 꾸며보는 작업입니다.
아이들은 유인원이 된 자신의 얼굴이 웃긴지 연신 깔깔거리며 웃네요.
매머드 뼈로 만든 집에서 우정 샷.
여권 속 미션을 수행하는 중입니다.
'동굴 벽화 속의 사자는 몇 마리인가요?'
'손도끼, 끌개 등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선사 박물관이나 구석기시대를 자주 접한 탓인지..
고대 문명과 인류 역사에 관한 교과목엔 자신 있다는 지맹이입니다.
전시장 내의 유인원들이 자꾸 말을 겁니다.
"아재~ 오랜만이유~ 좀 자주 오이소~"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구석기 탐험을 할 수 있도록 VR 체험기도 신설했네요.
VR로 이런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답니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과제를 풀고 정리합니다.
곧 3D 영화가 시작된다는 장내방송이 나옵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3D로 감상하는 시간.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잠잠해집니다.
비 내리는 저녁 차창 밖이 참 평화롭습니다.
신호대기중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집에 들러 짐 정리를 하고 처가댁으로 향합니다.
간단하게 돼지두루치기와 고등어구이를 하고..
장인어른과 짠~ 하며 휴일을 마무리합니다.
지맹이는 순살 양념치킨으로..^^
아내가 며칠 전 향수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얘기를 했죠.
"떨어졌으면 주워~"ㅋㅋ
그리고 며칠 후 저녁에 아내가 평소에 쓰던 향수를 짠~ 하며 건내 주었습니다.
"어머~ 고마워~ 좀 있음 내 생일인데..
이거 내 생일 선물로 퉁 치자 알겠지?"
특별히 갖고 싶은 게 없으니 별도의 생일 선물은 생략하자는 아내..
명품백보다 에코백을 더 좋아하는 아내..
돈다발보다 손편지를 더 좋아하는 아내..
최신폰보다 사과폰5를 더 좋아하는 아내..
사치나 허영심 없이 실속을 추구하는 아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소망은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작아진다.'
가족끼리 많이 사랑하세요.
그리고 마음껏 사랑하세요.
가족의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
저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다음 캠핑 이야기.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1894180
결혼만한 축복도 없지 말입니다.
마지막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소망은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작아진다.'
이 문구 너무 좋네요 ^^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탄생하길 기원합니다^^
진짜로...
필력들이 아름답고, 감동적임 ㅋ
ㅊㅊ
행복한 불금 되세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캠핑장은 장탄리 땅에미소입니다.
오래도록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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