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민영화에 종지부를 찍다.
■ 국내 최초의 민자 지하철의 탄생
서울지하철 9호선은 서울 3기 지하철로 2000년대 완공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되었으나,
예기치 못한 외환위기로 좌초위기에 처하다 우여곡절 끝에 민자사업으로 전환되어 건설을 계속 추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철차업체인 ㈜로템(현대자동차그룹)을 주간사로 하는 민자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가 설립되는데,
당시 정부에서는 공공재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민자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라는 것을 도입하던 시기였고,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도 그 혜택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이 회사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인 2008년에 이르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2대 주주로 참여하게 되는데,
맥쿼리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은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던 곳이기도 하다.
운영권 및 부대시설을 담당하는 9호선 운영전문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파리 Transdev(Veolia transport)와 현대로템㈜의 합작회사이다.
2009년, 마침내 국내 최초의 민자 지하철 노선인 서울지하철9호선의 개화~신논현 구간이 마침내 개통되었다.
2011년,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주요 주주였던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다.
따라서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주주구성은 현대와 맥쿼리의 지분만 합쳐도 과반을 넘게 되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 때 현대건설, 인천제철(현대제철), 현대종합목재(리바트) 등의 CEO였던 점을 들며,
자칫 9호선이 현대와 MB혈족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으니 감시와 경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 9호선 민영화의 폐해
서울지하철 9호선은 강남권을 곧바로 이어주는 노선이지만, 정작 열차 한 편성에 연결된 객차 수는 고작 4량에 불과하다.
잠실과 성남시를 오가는 8호선 전동차와 신도림에서 까치산까지의 2호선 신정지선 전동차가 6량 편성으로 운행하는데
서울지하철 9호선은 이보다도 노선도 훨씬 길고 급행열차까지 운행하면서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노선임에도
고작 4량 편성의 부족한 승객 수송능력으로 운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언론에서는 9호선 건설이 본격화되기 전에 수요예측을 터무니없이 낮게 잡았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했던 적이 있으며,
항간에서는 현대-맥쿼리 컨소시엄이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고자 객차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도 있었다.
보통 지하철에 승객이 붐비는 시간은 출퇴근시간대에 한정되고, 그 외 시간대에는 이용객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쪼록 4량 정도로만 운행하는 것이 승객들에게는 불편하지만 운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 9호선 민영화에 제동이 걸리다
한나라당에 소속된 오세훈 시장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재신임 투표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재보궐선거로 진보성향의 박원순이 새로운 서울시장으로 들어앉게 된다. 보수성향이 아닌 진보성향 정치인이
새로운 서울시장으로 들어앉았다는건 서울시와 9호선사업자 간 갈등의 예고이기도 하다.
2012년, 맥쿼리는 운영수익의 합리적 창출을 명목으로 기습적 인상을 선언하였으나 서울시로부터 거절당하고
누적 적자로 운영의 한계를 느낀 현대-맥쿼리 컨소시엄은 9호선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서울시에는 시민펀드 구성으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의 주주를 새롭게 재편하였으며,
2단계 신논현역에서 종합운동장역까지 구간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여 운영을 맡도록 하였다.
2014년에는 9호선 2단계 구간의 운영권을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식회사가 3년간 갖게 되었다.
이 회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울메트로(서울특별시 산하 공기업, 옛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의 자회사로서,
민영화 절차를 밟아오던 9호선을 다른 노선처럼 1·2·3·4호선 서울메트로나 5·6·7·8호선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소유로 바꾸려는 목적에서 한시적으로 9호선 2단계 구간의 운영을 전문적으로 맡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 서울교통공사로의 통합 추진
박원순 시장의 주도로 1·2·3·4호선 서울메트로나 5·6·7·8호선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었다.
이 와중에 9호선 2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식회사의 운영기한 3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얼마전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 2단계 및 내년에 개통할 3단계 구간의 새로운 운영사업자로 사실상 결정되었다.
나중에 1단계 구간까지 서울교통공사가 흡수하게 되면, 서울교통공사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구간을 제외하고
서울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서울지하철 전 노선을 운영하는 거대 지하철 운영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서울교통공사의 9호선 2·3단계 구간 운영권 확보는 수서고속철도의 민영화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며,
수서고속철도의 운영사인 ㈜에스알과 한국철도공사의 통합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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